몇 년 전부터 고체 물감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캘리그라피 취미를 갖게 된 이후로 우선 컬러 붓펜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자꾸 물감을 가지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가장 기본이 되니까...? 알 수 없음...
아무튼 그러다 다이소에서 어린이용 수채물감을 사다가 네일 파츠를 담는 작은 통에 미니 팔레트를 만들었던 적도 있었는데ㅡ그건 또 너무 작고 여닫기가 불편해 쓰지 않게 되고요... 중간에는 디지털 캘리에 꽂혀서 아이패드와 펜슬에 집중하느라,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되면서 캘리그래피에서 아예 멀어지게 되었지요.
지금은 손이 다 굳어져서 처음부터 연습을 해야하는 처지..ㅠ
아무튼 그러다가 문득- 정말 문득
이제는 고체물감을 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계기는 무엇이냐면, 이사한 집 거실에 해바라기 그림을 걸고 싶은데 이왕이면 직접 그린 그림으로 걸고 싶어지더라구요. 꼭 정물화, 세밀화가 아니더라도... 추상적인 해바라기가 되더라도 ㅋㅋ 의미가 중요한 거니까요.
(해바라기 그림이 돈을 불러 온다면서요? 호호...)
그래서 집에 있던 오일파스텔ㅡ저렴한 미술도구 박스를 산 적이 있었어요ㅡ로 그려봤는데... 이게 웬걸? 크레파스로 초등학생이 그려도 이것보단 잘 그리겠다 싶은 거예요.
안되겠다. 역시 물감으로 그리자. 수채화는 물만 잘 쓰면 그럴듯하게 나오지 않을까? 요즘엔 유튜브에 강의도 잘 올라와 있고... 하면서 검색하기 시작하다가 '그래! 고체 물감을 사자!'가 되었습니다.
고체물감에는 여러 브랜드가 있는데 유명한 건 윈저앤뉴튼이나 반 고흐, 사쿠라코이... 제가 몇 년 전에 캘리그래피용으로 알아볼 때만 해도 사쿠라코이가 대세였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국산 물감도 많이 나왔더라구요. 문교에서도 출시했고... 저렴한 중국산도 많고요. 그러다가 제 눈에 들어온 브랜드가 미젤로였답니다. 이름이나 느낌과는 달리 국산 물감이고, 저렴한 편인데도 좋다는 평이 많았어요.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구요.
미젤로 물감에는 골드 클래스 / 화이트 클래스가 있고, 고체 팬 물감에는 골드 클래스 / 실버 클래스가 있어요.
골드 클래스가 전문 수채화 작가를 위해 개발된 물감이고, 화이트 클래스는 실용 미술이나 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에 초점을 맞춰 수채화 물감과 포스터컬러의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물감이라고 합니다.
고체 팬 물감의 골드 클래스와 실버 클래스 사이에서 고민했는데요, 역시 골드는 전문가용, 실버는 학생용입니다. 안료 배합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 같은 문외한은 잘 모르지만.. 색상표를 보면 색감 차이가 살짝 납니다.
12색과 24색, 가격의 차이,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이왕 사는 거 좋은 걸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골드 클래스 12색으로 구매했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가로길이가 한 뼘이 채 안됩니다. 패키지는 전부 영어로 되어있지만 당당하게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적혀있네요~ 뒷면에 색상표와, 팬을 꺼내는 방법이 그림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약간 뭐라고 할까... 흔히 생각하는 팔레트의 모양과는 조금 다른... 아무튼 플라스틱 느낌이고 가벼운 편입니다. 골드라기에는 붉고 로즈골드라기에는 덜 붉은 색상에 반짝이가 깔려있습니다.
펼쳐보니 방습제와 제품 안내서, 분리 가능한 배합용 투명 팔레트가 아래위에 하나씩 들어있고 물감이 포장되어 있습니다. 다른 고체 물감은 하나씩 포장을 뜯어야 하는 것도 있던데, 이건 그냥 덮여있습니다.
상품의 특장점이 여러 언어로 적혀있는 안내서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색상표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미젤로 고체물감은 2ml 용량이지만 실제로는 5~6ml가 투입된다고 하네요. 건조가 되어 부피가 줄어들면 또 투입해서 건조하는 과정을 두세 차례 거친다고 합니다.
저는 저 투명한 배합 팔레트를 그냥 버려버렸어요.... 이게 뭔데 들어있지? 하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버렸답니다 하하핫... 버리지 마시고 활용하세요 ㅠㅠ 팔레트에 착색이 잘 되는 편이라 가슴 아프거든요. 초반 착색은 매직 클리너나 지우개로 지워집니다만 그래도...
12색의 팬이 가지런히 들어가 있는데, 포장을 떼어내다가 같이 떨어지는 팬도 있었어요. 다시 꾹 꽂아주었습니다. 색상별로 부피가 조금 달랐는데, 아무래도 안료가 다르다 보니 차이가 나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울트라마린 라이트가 좀 튀어나와 있더라구요ㅋㅋㅋ
그리고 양 옆에 홈이 있어, 깨끗한 물을 넣어 배합용으로 사용하거나 많은 양의 물감을 한 번에 만들어 둘 수 있다고 합니다. 왜 저렇게 생겼나 했더니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구요~
팬 양 옆의 비어있는 공간에는 낱개 팬이 쏙 들어갑니다. 따로 구매하여 14색 팔레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고민하고 있는데 막상 갖고 싶은 색상이 없어서.... 24색 팔레트가 따로 있는데 딱 그 색상만큼만 유통되고 있거든요ㅠㅠ 퍼머넌트 옐로 라이트나 뱀부 그린, 옐로우 오커.... 그리고 실버 클래스의 오페라 색상을 고민하고 있는데 일단 보류 중입니다.
몇 번 사용했는데 색상표를 옆에 두고 보면서 쓰면서도 헷갈려서... 팔레트에 네임펜으로 이름을 써놨습니다. 팔레트의 착색은 지우개로 지우고, 지우다 보니 네임펜도 쉽게 지워지길래 위에 테이프를 붙였습니다ㅎㅎ
고체 물감은 잘 안 녹고 발색도 잘 안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물을 살짝만 써도 잘 녹고 발색도 잘 되더라구요~ 좋은 물감을 써야 하는 이유가 이런데 있었네요.
별로 쓸 데는 없는 발색표, 물 사용하는 기법 연습하려고 만들어보았는데 엉망진창입니다ㅋㅋㅋ
일반 4절지이긴 한데 그래도 저럴 일인지....
붓 자국 물 자국이 너무 적나라하네요... 헹.
원래 성인 취미는 '높아진 눈에 비해 실력이 따라가질 못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금방 그만두게 되는데, 그러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연습에 매진해 보겠습니다.
손재주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림은 늘 어렵네요~ 왜일까요?
그래서 더 미련이 생기고 도전하게 되는가 봐요. 아예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면 그림을 잘 그리겠다는 욕심도 안 낼 텐데...
독학 수채화 힘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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